Category: 지역자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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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병준

 

도봉구 시민과 함께 문화벙커 조성
총 5동으로 구성, 1·2동은 ‘시민동’으로, 3·4동은 ‘문화예술창작동’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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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르바초프, 이문을 여시오!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장벽을 허무시오!”


– 1987년 6월 12일,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이 장벽을 허무시오(Tear down this wall!)는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1987년 6월 12일에 브란데부르크 문에서 발표한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것을 요구한 것이다. 레이건의 연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고가 초안된 시점에는 이 문구는 소련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연설에서 삭제도 검토되었다고 한다. 이 연설의 2년 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다. 물론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 연설의 관계에 관에서는 사람들 간의 의견이 엇갈린다. 2년 뒤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것이라 로널드 레이건은 알았을까.


베를린 장벽은 냉전의 상징이자 독일의 분단을 상징하여 왔다. 동독 탈주자가 많아지자 이를 막으려고 1961년 8월 13일에 만들어진 이후 점차 이 장벽은 보강되었으며, 1989년 11월 9일 자유 왕래가 허용된 이후 차례로 장벽이 붕괴되었다. 1961년 들어선 이후 28년을 버틴 냉전의 철옹성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장소는 예술과 공존의 장소로 바뀌어 있다. 분단의 상처와 아픔이 남아있던 곳이 화해와 치유의 장소로 변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갤러리인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가 있다. 약 1.3km 거리의 장벽을 따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갤러리다. 갤러리에 그려진 그림들은 변화된 시간을 기록하고 행복감과 더 나은 희망,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더 자유로운 미래를 표현하였다. 현재 이 갤러리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위에 그려진 그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분단의 아픔을 지닌 장소들이 수없이 많다. 서울특별시 도봉구에 위치한 ‘대전차 방호시설’도 그런 역사를 함유한 장소다. 대전차방어시설이 지어진 ‘다락원’은 조선시대 상인들과 서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영위했던 터였다. 그러나 6·25전쟁 시 북한에서 탱크로 남침을 하던 길목이 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만든 군사시설이 도봉동 대전차방어시설이다. 대전차방호시설은 1층의 방호시설위에 2층부터 4층까지 군인아파트로 사용하면서 유사시엔 건물을 무너뜨려 방어선을 구축하고자 건립된 건물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아파트가 낡고 노후하면서 2층~4층의 건물은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게 되었고 안정상의 이유로 2004년 1층의 군사시설만 남기고 상층부인 주거시설은 철거하였다. 이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12년 동안 방치되면서 지역의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흉물로 남게 되었고 인근 지역은 더욱 슬럼화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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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도봉구는 2014년 7월 12일 도봉구 시민단체 및 시민을 초청하여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대전차방호시설을 분단과 대결의 상징에서 평화와 창조의 공간으로 재생되기를 원하는 구청장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구의 단독적인 사업이 아닌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 함께 진행하고자 했다. 이후 마을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 제안서를 발표하고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이 제안서를 검토, 토의의 시간을 거쳤다. 또한 시민추진단을 결성하여 시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체계를 갖췄다. 2014년 7월 결성된 시민추진단은 현장설명회 40회 이상, 전문가 워크숍 5회, 주민의견 설문조사, 현장시장실 운영, 서울시 정책제안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참여가 아니라 주도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도봉구는 시민추진단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민관학군의 거버넌스 구축의 박차를 가했다. ’14년 도시재생 전문가 워크숍을 시작으로 ’14년 11월 타당성용역 TF회의를 개최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시, 구, 시민추진단 연석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15년 10월 21일 대전차방호시설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는 도봉구가 대전차방호시설 공간재생프로젝트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음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시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문화예술창작공간이 된다는 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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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숨으로 심장이 뛰다

이 시설의 변화에 대한 도봉구 주민의 요구와 욕구는 문화예술과 교육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도봉구 대전차방호시설을 서울 동북권역 문화예술 거점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분단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봉동 대전차방호시설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멋진 공공공간으로서 디자인이 아닌 장소를 창조’, ‘개발의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 이용가치를 높임.’,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지속성과 자생력을 갖춤’의 큰 틀 아래 진행될 수 있었다. 총 5동으로 구성된 문화벙커는 1·2동은 ‘시민동’으로, 3·4동은 ‘문화예술창작동’으로 활용된다. 1동은 커뮤니티홀로 지하벙커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2동은 전시 및 공연장으로 유명장가, 지역작가, 주민작품 전시회 및 발표회를 개최하게 된다. 3동은 시민문화예술촌으로 국내외 예술가들의 레지던스로 이용될 예정이며 4동은 시민이 운영하고 기획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기까지는 4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추진단과 담당 공무원들의 아이디어가 있어 가능했다.


또한 평화의 상징인 독일 ‘베를린장벽’이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서 평화를 염원하고 이에 평화의 상징물인 독일의 ‘베를린장벽’ 3개를 무상기증 받아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외교부, 통일부, 주독대사관 등이 긴밀히 연계 협력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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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지역은 1·7호선이 지나는 도봉산역의 창포원과 대전차방호시설, 동북권 체육공원이 함께 어우러져서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건강과 환경, 문화와 평화가 어우러져 힐링문화여행지의 역할을 해낼 계획이다.

 

슬럼화 된 지역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주도성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과 부수지 말고, 철거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여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굴했다는 점이 도봉구가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한 민·관·군·학이 협치하는 빌드업(민관파트너) 방식을 실현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Dmitry Vrubel)이 그린 ‘형제의 키스’다. 이 작품은 동독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와 소련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의 입맞춤을 묘사하고 있다.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을 이겨내고 살아남게 도와주소서’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자유와 평화를 소망했던 동독 사람들의 정서를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어두운 역사를 지닌 베를린 장벽에 새겨진 이 작품만큼 극적인 작품이 또 있을까.


시민이 찾은 도봉구 대전차방호시설이 자꾸만 떠오른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겪겠지만 문화와 예술, 시민이라는 새싹이 온전히 자리를 잡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본다. 한 때 이 건물을 폭발시켜 방어선을 구축하고자했던 공간이 예술과 문화가 폭발하는 공간으로 변하기를, 그리고 훗날 이 곳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의 한 작품처럼 분단의 아픔을 딛고 변화하는 가장 극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내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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